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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바다상식

우리가 먹는 참치캔에는 진짜 참치가 없다? 수산물 유통 실무자가 밝히는 가다랑어의 진실과 통조림 기름의 비밀

by 바다참모 2026.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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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선물세트로 집집마다 서너 박스씩 쌓이고, 자취생의 밥상과 김치찌개에 빠지지 않는 국민 식재료 '참치캔'. 고소하고 담백한 맛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생선 통조림이지만, 캔 뚜껑을 딸 때마다 문득 스치는 의문들이 있습니다.

 

'한 마리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귀한 참다랑어가 어떻게 1,500~2,000원짜리 캔 속에 가득 들어있을까?'

'캔 안에 찰랑거리는 기름은 생선에서 빠져나온 기름일까, 아니면 인공 식용유일까?'

'찌개를 끓일 때 이 기름을 다 버려야 할까, 아니면 통째로 넣어야 국물이 맛있어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일반 살코기 참치캔 속에는

일식 오마카세에서 먹는 '진짜 참치(참다랑어·눈다랑어)'가 단 1g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전 세계 통조림 제조사들은 가다랑어만을 고집할까?"

"요리할 때 참치 기름을 버리는 사람과 다 넣는 사람 중 과학적으로 승자는 누구일까?"

 

오늘은 현직 수산기업 종사자 '바다참모'가 원양어업 유통 쿼터의 경제학부터, 살균 멸균의 식품공학, 그리고 감칠맛을 폭발시키는 아미노산 화학까지 낱낱이 파헤쳐 드립니다.

 

1. 참치캔에 '참다랑어'를 넣지 못하는 3가지 현실적 이유

우리가 흔히 '참치'라고 부르는 물고기는 고등어과 다랑어족에 속하는 다양한 어종을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횟감용 참치와 캔용 참치는 바다에서 잡히는 순간부터 운명이 갈립니다.

[다랑어족의 체급 및 용도 비교]
• 참다랑어 (Bluefin Tuna) : 몸길이 최대 3m, 400kg 육박 ➔ 최고급 횟감 및 스시 (kg당 수만~수십만 원)
• 눈다랑어 / 황다랑어     : 횟감 및 고급 스테이크, 참치 타다키
• 가다랑어 (Skipjack Tuna): 몸길이 50~80cm, 3~5kg 내외 ➔ 가쓰오부시 및 '참치캔 통조림' 100%

1) 경제성과 원양어업 쿼터의 한계

  • 최고급 참다랑어는 국제수산기구의 엄격한 어획 쿼터 제한을 받으며, 마리당 가격이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낙찰됩니다.
  • 이를 캔에 담아 2,000원에 파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반면 가다랑어(학명: Katsuwonus pelamis)는 태평양, 인도양 등 열대·온대 해역에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있어 선망 어선으로 대량 어획이 가능하며, 자원 회복력이 빨라 안정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합니다.

2) 근육 섬유의 물리적 차이 (고온 고압 증숙)

  • 참치 통조림은 내용물을 캔에 밀봉한 뒤 120°C 이상의 고온 증기로 1시간 이상 멸균(Retort) 과정을 거칩니다.
  • 지방이 풍부한 참다랑어나 눈다랑어 살점을 이 온도로 찌면 기름이 다 빠져나가 죽처럼 흐물흐물하게 풀어져 버립니다.
  • 반면 가다랑어는 평생을 쉬지 않고 고속 유영하는 어종으로, 근육 섬유가 매우 치밀하고 단단하여 고온 고압으로 쪄내도 살코기 결이 살아있는 훌륭한 식감을 유지합니다.

3) 일본의 가쓰오부시가 곧 참치캔의 원료

  • 타코야키나 우동 국물에 춤추듯 올라가는 '가쓰오부시'를 만드는 생선이 바로 가다랑어입니다.
  • 즉, 가다랑어는 감칠맛을 내는 핵산 성분(이노신산)이 바다 생물 중 가장 응축된 어종이기 때문에, 찌거나 끓였을 때 감칠맛의 깊이가 다른 참치류를 압도합니다.

참치캔으로 곁들인 연어 샐러드

 

2. 참치캔 속 국물의 비밀: 생선 기름일까, 인공 방부제일까?

많은 소비자가 참치캔 속 기름을 '생선 기름(DHA 오일)'으로 착각하거나, 반대로 '몸에 해로운 방부제 기름'으로 여겨 싱크대에 꽉 짜서 버리곤 합니다.

1) 캔 속 액체의 정확한 정체

  • 캔 뒷면 원재료명을 확인해 보면 '카놀라유(또는 대두유, 해바라기유)', '야채즙(정제수, 양파, 당근, 양배추 추출물)', '표고버섯 엑기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생선의 천연 지방은 상온에서 산소와 접촉하면 금방 산패되어 찌든 비린내를 풍기기 때문에, 가공 과정에서 생선 기름을 완전히 탈지(제거)한 후 안정성이 뛰어난 고급 식물성 유지와 감칠맛 채수를 주입하는 것입니다.

2)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이유

  • 참치 통조림의 유통기한은 통상 5~7년에 달합니다. 이렇게 긴 유통기한 때문에 방부제가 잔뜩 들어갔을 것이라 오해하지만, 참치캔에는 방부제(보존료)가 단 0.001%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 완전한 진공 밀봉 상태에서 121°C 이상의 고온 고압 살균 처리를 거치기 때문에, 캔 내부에는 미생물과 세균이 전혀 살아남지 못하는 무균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3. 참치캔 기름, 요리할 때 버려야 할까 넣어야 할까?

[요리 용도별 기름 사용 가이드]
• 기름을 함께 넣어야 하는 요리 : 김치찌개, 된장찌개, 참치 볶음밥, 참치 미역국
  ➔ 이유: 식물성 기름에 가다랑어의 수용성 이노신산(감칠맛)과 야채 엑기스가 녹아 있어 천연 조미료 역할 수행
• 기름을 짜서 버려야 하는 요리 : 참치마요 삼각김밥, 샌드위치, 샐러드, 다이어트 식단
  ➔ 이유: 마요네즈와 섞일 때 기름이 분리되어 눅눅해지며, 지방 섭취 열량이 과도해짐
  • 김치찌개를 끓일 때 참치 기름을 함께 넣고 김치를 볶으면, 카놀라유가 김치의 캡사이신을 코팅하고 가다랑어 아미노산이 배어 나와 조미료를 따로 넣지 않아도 묵직하고 깊은 육수 맛이 완성됩니다.

 

4. 실전 FAQ: 참치캔에 대한 5문 5답

Q1. 참치캔 속 살코기 색깔이 거뭇거뭇한 건 상한 건가요?

상한 것이 아닙니다. 가다랑어의 근육 중 산소를 많이 저장하는 '혈합육(피줄기 근육)' 부위가 가열되면서 흑갈색으로 짙어진 천연 현상입니다. 철분과 타우린이 풍부한 부위이므로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Q2. 임산부나 어린이가 참치캔을 매일 먹어도 수은 중독 위험이 없나요?

비교적 안전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FD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형 상위 포식자인 '참다랑어(횟감)'는 체내 메틸수은 축적량이 높지만, 몸집이 작은 '가다랑어(참치캔)'는 수명(2~3년)이 짧아 수은 축적량이 다랑어류 중 가장 낮습니다. 일반 성인은 주 400g(약 3~4캔), 임산부나 어린이는 주 100~200g 이내 섭취가 권장됩니다.

Q3. 뚜껑을 딴 참치캔, 남은 것을 캔 채로 냉장고에 넣어도 되나요?

절대 안 됩니다. 캔을 개봉하는 순간 내부 주철 및 주석 코팅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 부식이 급속도로 진행됩니다. 남은 참치는 반드시 유리나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옮겨 담아 냉장 보관하시고 2~3일 이내에 소비해야 합니다.

Q4. 참치캔 뚜껑을 딸 때 '치익-' 소리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통조림 제조 시 내용물을 넣고 공기를 완전히 빼내는 '탈기(Deaeration)' 과정을 거쳐 내부를 완전한 진공 상태로 만듭니다. 뚜껑을 당기는 순간 외부 공기가 음압 상태의 캔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진공 해제 소리입니다.

Q5. 캔 참치와 고추참치, 야채참치는 원재료 물고기가 다른가요?

동일한 가다랑어를 사용합니다. 베이스가 되는 생선 살코기는 100% 동일하며, 캔에 주입하는 조미 소스(고추장 소스, 토마토 페이스트, 감자, 당근 등 가니쉬)의 배합 비율만 다릅니다.

 

 

결론: 작은 캔 하나에 담긴 거대한 바다의 지혜

마트 진열대에서 무심코 집어 들었던 작은 참치캔 하나에도, 거친 태평양을 누비는 가다랑어의 놀라운 생태와 고온 멸균의 첨단 식품공학, 그리고 식재료의 변질을 막아내는 과학적 지혜가 촘촘히 담겨 있습니다.

오늘 저녁, 김치찌개나 볶음밥에 참치캔을 넣으실 때는 캔 속 맑은 식물성 기름과 가다랑어 살코기가 품은 깊은 감칠맛의 과학을 떠올리며 더욱 풍성한 식탁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현직 '수산기업 종사자'로서 우리의 일상과 바다를 잇는 가장 흥미롭고 정직한 인사이트를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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